최근 개봉작인 '오디세이(2026)'에 출연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여배우 샤를리즈 테론이 주연한 'Tully'(툴리, 2018)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툴리'는 산후조리 잡지에 나올 법한 예쁜 엄마의 얼굴 말고, 진짜 얼굴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화장기 없는 얼굴, 뭉치고 욱신거리는 젖가슴, 며칠째 못 감은 머리,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도 묻지 않는 마음속 이야기. '툴리'는 '주노'와 '영 어덜트'의 제이슨 라이먼트 감독과 작가 디아블로 코디가 함께 만든 작품으로 육아라는 소재를 미화 없이 정직하게 들여다본다. 주인공 말로(샤를리즈 테론)는 이미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데다 셋째까지 낳으면서 완전히 지쳐버린 상태다. 자폐 성향이 있는 아들, 갓 태어난 신생아, 그리고 육아엔 소극적인 남편까지 감당하다 지친 그녀를 보다 못한 오빠가 밤에만 와서 아기를 돌봐주는 '나이트 내니(Night nanny)' 비용을 대주겠다고 제안하고, 처음엔 거절하던 말로도 결국 도움을 받아들인다.

밤마다 찾아오는 젊고 발랄한 내니 툴리(메켄지 데이비스)와 말로 사이에 묘한 유대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점점 따뜻해지는 듯 보인다. 그런데 후반부에 이르러 이 관계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앞서 봤던 모든 장면이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말하진 않겠지만, 이 반전은 단순한 트릭이 아니라 산후우울증과 정체성 상실을 겪는 여성의 내면을 표현하는 장치에 가깝다. 육아를 낭만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한 사람을 조롱 없이 들여다보는 시선이 인상깊었다.
나도 출산 후 공식적으로 산욕기라 부르는 6주를 지나며, 이제는 슬슬 내 일상을 되찾아야 할 타이밍이 다가온다. 그런데 몸도 마음도 정신도 임신과 출산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출산 전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변화라 낯설다. '모든 걸 다 잘 할 수는 없다', '육아는 내려놓기를 반복하는 일이다'라고 스스로를 다독여보지만, 그래도 마음이 힘든 순간은 찾아온다. 회복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본 게시글은 경기도 인구정책 도민참여단 활동으로 작성되었으며, 소정의 활동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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