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출장길에 오른 지 벌써 한 달이 훌쩍 넘었다. 출발 전부터 이주 노동자가 많이 거주하는 파리 19구(19ème arrondissement)에 2개월간 머물 숙소를 무턱대고 예약했다고 나보다 먼저 파리를 경험한 남자친구로부터 근심어린 잔소리를 들었지만, 2개월이 넘는 장기 일정에 맞는 적절한 숙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한 달 살아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도착 당일, 짐이 많아 공항에서 정찰제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은 흔히 상상하는 에펠탑이 보이는 로맨틱한 파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우려 섞인 목소리로 동네 분위기를 물었을 때, 택시 기사는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시끄러운 Place des Fêtes를 제외하고는 괜찮을거라고 답했다. 숙소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뷔트 쇼몽 공원(Parc des Buttes-Chaumont)을 산책한 후, 동네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벨빌 전망대(Belvédère de Belleville)에서 멀리 보이는 에펠탑은 특별한 산책 코스가 되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유럽에 거주하며 왕래했지만, 프랑스는 이번이 처음 방문이다. 프랑스의 역사, 언어, 문화에 대한 지식은 주로 책이나 미디어를 통해 접했었다. 2개월이라는 시간이 모든 것을 깨닫기에 충분하진 않지만, 몇 가지 개인적인 관찰과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시각이지만, 프랑스, 특히 수도 파리는 식민주의의 결과로 이민자 집단과 매일 마주하는 현실이다. 매일 지하철을 타면서,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관광객의 모습이 아닌, 파리의 일상을 구성하는 다문화 사회의 단면이다.
프랑스는 20세기 중반까지 아프리카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 광대한 식민제국을 보유했으며, 그 영향으로 오랜 이민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프랑스의 이민 정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프랑스 인구의 약 10.3%가 이민자이며, 이는 프랑스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베트남의 반미(Bánh mì)가 프랑스 바게트 빵에 베트남 채소와 고기를 넣은 샌드위치인 것처럼, 파리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음식 중 하나가 베트남 쌀국수(Phở)라는 점은 베트남 이민자들의 존재감을 잘 보여준다. 고령화가 진행 중인 기존 사회에 젊은 노동인구의 유입은 사회보장 시스템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민 정책은 양날의 검과 같다. 단기적으로는 여러 가지 도전과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대응하고 경제적 활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뷔트 쇼몽 공원으로 다시 화제를 돌리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많은 어린 아이들이다. 이른 오후 시간대에도 보호자와 함께 공원에서 뛰어노는 아이들과 학생들이 많다. 이는 단순히 이민자 집단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전반적인 출산율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프랑스의 가족 정책에 대해 조사해보니, 프랑스는 강력한 가족 지원 정책으로 유럽 국가 중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 국립통계경제연구소(INSEE)에 따르면, 2021년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은 1.83으로, 유럽연합 평균인 1.5를 상회한다. 프랑스는 출산 후 최대 3년간의 육아휴직을 제공하며, 셋째 아이부터는 더 높은 수당을 지급한다. 또한, 3세 이상 5세 미만에 대한 무상 보육 서비스를 제공한다(OECD Family Database, 2021).
프랑스의 사회보장제도 중 가족 수당 시스템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사이트에 따르면 프랑스의 포괄적인 가족 수당 시스템에는 기본 유지 수당, 자녀 양육 비용 지원, 특수 목적 수당 등 다양한 형태에 지원이 있다. 대부분 수당이 가구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되어, 출산/입양 지원금, 기본 수당, 육아 휴직 지원금 등을 통해 자녀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줄여준다. 또한, 육아 휴직 지원금(PreParE)을 통해 부모가 근무 시간을 줄이거나 일시적으로 중단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장애 아동 및 성인 수당 지급을 통해 장애인 가족도 지원한다. 다양한 형태의 주거 수당을 통해 가족의 주거 안정을 돕기도 한다.
이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일-가정 양립 지원 강화 측면에서 프랑스의 사례가 우수하다는 것이다. 프랑스가 어떻게 출산율을 유지하고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지에 대한 부분이 돋보였다. 충분한 육아휴직 기간과 유연근무제를 통해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점이 우리나라도 공부해야 할 부분같다.
개인과 다양성을 존중하고 사회 전반에 녹아든 인식 및 제도 개선을 통해 우리나라의 시스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프랑스의 사례는 단순히 모방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특성과 필요에 맞게 재해석하고 적용해야 할 모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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